오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아내, 김혜경 씨가 법원 1심 선고에서 벌금 150만 원의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에 이재명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김혜경 씨에게 공개 편지를 남겼습니다.
그 내용은 "혜경아 사랑한다"라는 애틋한 고백을 포함한 내용이었습니다.
부부 간의 고백은 둘만 있을 때 하면 더 의미가 깊을 수 있을 텐데, 왜 이재명 대표는 이 고백을 공개적으로 한 걸까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프로포즈하는 것이 더 극적이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과 비슷한 맥락일까요?
이 고백이 어떠한 위기 속에서도 임기응변에 강한 이재명 대표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도 합니다.
이 공개 편지가 진정한 감정 표현인지, 아니면 또 다른 전략적 한 수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이 글은 오래도록 기록에 남을 것입니다.
공개 편지의 전문을 옮겨 보았습니다.
2024. 11. 14 이재명 대표 페이스북 공개 편지
가난한 청년변호사와 평생을 약속하고 생면부지 성남으로 와 팔자에 없던 월세살이를 시작한 25살 아가씨.
먹고살기도 어려운데 인권운동 시민운동 한다며 나대는 남편을 보며 험한 미래를 조금은 예상했겠지만 세상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회술레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게다.
아무리 그래도 여자인데 금가락지 하나 챙겨 끼지 못하고, 아이들 키우고 살림 하느라 그 곱던 얼굴도 많이 상하고, 피아노 건반 누르던 예쁘고 부드럽던 손가락도 주름이 졌지만 평생 남의 것 부당한 것을 노리거나 기대지 않았다.
남편 업무 지원하는 잘 아는 비서에게 사적으로 음식물 심부름 시킨 게 죄라면 죄겠지만, 미안한 마음에 음식물 값에 더해 조금의 용돈도 주었고 그가 썼다는 법인카드는 구경조차 못했다.
아내는 내가 불필요하게 세상사에 참견하고, 거대한 불의를 고치고야 말겠다는 오지랍 당랑거철 행각으로 수배를 받고, 검찰청 구치소를 들락거리는 것까지는 참고 견뎠지만, 선거 출마는 이혼하고 하라며 죽어라 반대했다.
고생해도 내가 하지 네가 하냐는 철없는 생각으로 아내 말을 무시한 채 내 맘대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시장, 도지사였지만 변호사 때보다 못한 보수에 매일이다시피 수사 감사 악의적 보도에 시달렸다.
이해타산을 따지면 할 이유가 없는 일이었지만 나름 의미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이었고, 그래도 아내와 가족들은 안전했다.
그런데 대선에서 패한 후 본격적인 보복이 시작됐다.
수년 동안 백 명에 가까운 검사를 투입한 무제한 표적 조작 수사가 계속됐다.
천 번을 향하는 무수한 압수수색, 수백 명의 소환조사, 사람들이 목숨을 버릴 만큼 강압적인 수사로 없는 먼지를 털어 만든 기소장이 연거푸 날아오고, 구치소에서 구속을 대기하기도 했지만, 진실은 나의 편이라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었다.
그러나 동네 건달도 가족은 건들지 않는다는 속설을 믿은 나의 상식과 달리 아내와 아이들이 공격표적에 추가됐다.
반복적이고 집요한 장기간 먼지털이 끝에 아이들은 다행히 마수에서 벗어났지만 아내는 희생제물이 되었다.
선물까지 일일이 뒤져, 혹여 값 나가는 것이 있으면 다시 포장해 돌려주고,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조심하며 살아온 아내가 공개소환 수사에 법정에 끌려 다니는 장면은 남편 입장에서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렵다.
안 그래도 힘든 남편이 자기 때문에 더 힘들까 봐 아무렇지 않은 척 활짝 웃고 말하지만 얼마나 수치스럽고 억울하고 힘들까.
재판받는다며 일찌감치 준비하고 나서는 아내를 볼 때마다 숨이 막힌다. 소설 속에서나 읽었던 가슴이 미어진다는 말을 이 나이가 되어서야 체감한다.
숨이 막히고 쪼그라들며 답답해진 가슴을 양손으로 찢어 헤치면 시원해질 것 같다.
남자는 태어날 때 부모상 당했을 때 죽을 때 말고는 울지 않는다는 경상도식 가부장적 교육 탓도 있겠지만 나는 웬만해선 울지 않는다.
그런데 나이 탓이겠지만 아무 잘못 없이 나 때문에 중인환시리에 죄인처럼 끌려다니는 아내를 보면 그렇지 못한다.
지금 이 순간도 가슴이 조여오고 숨이 막힌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1990. 8. 9. 잠실 롯데호텔 페닌슐라에서 007미팅으로 만난 붉은 원피스의 아가씨. 만나는 순간부터 이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했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평생, 아직도 나를 자기야라고 부르며 자신보다 남편과 아이들을 더 챙기는 혜경아.
미안하다.
죽고 싶을 만큼 미안하다.
언젠가, 젊은 시절 가난하고 무심해서 못해준 반지 꼭 해줄게.
귀하게 자라 순하고 착한 당신에게,
고통과 불행만 잔뜩 안겨 준 내가 할 수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혜경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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